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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 23학번 이재영

이재영 0 29 05.31 16:19

힘겨웠던 시험을 아득바득 끝내고 나니 등산학교에 갈 날이다. 봄날에 푸릇푸릇한 산들 너무 기대되지 않는가 23학번이지만 한 번도 등산학교에 간 적이 없었다. 다른 일정들과 겹친다거나 바쁘다던가 귀찮다던가. 늘어놓는 변명의 이유가 많다. 암벽을 타러 가면 저 멀리서 서로들 인사하는 소리가 들린다. 그런데 나는 인사할 사람이 없다. 매번 마주치는 얼굴들인데 매번 어색하게 서로 눈을 피한다. 나는 그게 아쉬워 이번 등산학교는 친구를 만들러 갔다. 나중에 마주치면 “그때 그 등산학교...” 이렇게 말이라도 붙여보려고. 덧붙여 아직은 많이 부족한 실력을 매꾸기 위해서이다.  등산 학교 한 번도 안 갔다는 선배님들의 잔소리도 한몫했다.

 

 

첫날은  하중 훈련이다. 나는 하중 훈련이 재밌다.  암벽등반보다 덜 무섭고 안전하고 힘들지만 버티면 할 수 있다. 무식한 나에게 딱 좋은 훈련이고,  버텨 해내면 산이 즐거워진다. 그래도 힘든 건 별개다. ’재밌지만 힘들다‘ 산악부라면 다들 아는 감정일 거다. 비록 내가 고대했던 맑은 산과는 달리 안개가 자욱하고 비가 추적추적 내렸지만, 달리 생각하면 이번의 산은 비까지 오니 끝나고 나선 얼마나 해냈다는 감정이 나에게 밀려올까 걱정 반 기대 반의 마음으로 산을 올랐다. 

 

 

고산은 아니지만 앞서 말했듯 부족한 실력 때문인지 헉헉대며 산을 올라갔다. 나랑 같은 23학번 효정이 언니나 다른 조장들은 집을 옮기는 것처럼 나보다 더 큰 배낭을 메고 올라가는 것이 놀랍기도, 듬직하기도 했다. 아마 그들은 남몰래 다른 친구들을 위해 자기 배낭으로 짐을 옮겼을 것이다. 그리고 그 주변에 단단한 다리로 열심히 올라가는 친구들은 멋졌다. 내가 조장이었다면 저렇게 무거운 가방을 멜 수 있었을까? 잠시 생각해봤다. 자리가 만드는 힘도 있겠지만 조장인 선배 혹은 친구들이 대단한 게 분명했다.

 

 

신입생인 친구들은 짐이 무거워 힘들거나 비가 오는 날에 대비하지 못하여 많이 추워했다. 1년 전의 나를 보는 것 같았다. 등산학교는 아니었지만 선배님들이 옷도 벗어주고, 짐도 들어주셨다. 나는 그게 너무 감사했고 그걸 배웠기에 비록 나도 힘들지만 더 힘들어 보이는 친구에게 짐 한번 들어줄까 물어보고 옷도 여유롭게 챙겨와 나눠줄 수 있었다. 아마 나중에 신입생 친구들도 시간이 지나 선배가 되고 신입생인 친구들은 보면 그렇게 물어봐 주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올라가는 내도록 다들 “와 너무 힘들다”를 외쳤지만 역시 그냥 꾹 참고 버티니 다 올라왔다. 여러모로 산을 타다보면 많은 것을 참거나 이겨내는 힘을 몰래몰래 기르는 것 같다. 기대했던 것처럼 해냈다는 감정도 들었다. 고당봉에서 영광의 사진을 찍고 북문 쪽으로 내려가 밥을 먹었다. 역시 산에서 먹는 건 왜 이리 또 맛있는 건지 옆에 화장실도 있겠다 걱정도 없이 배를 마음껏 채웠다.

일정이 바빠 다음날 등반은 참여 못했지만 혼자 아침 일찍 내려가는 산이 너무 예뻐서 감동이었다. 비 갠 뒤 맑음의 산과 나무 사이로 내려오는 햇빛을 온몸으로 느끼며 내려갔다. 산의 기운을 받아 간다. 기운을 받아서 공부하는데 열렬히 써야겠다. 

 

 

뭔가 신입생도 아니고 그렇다고 조장할 실력은 아닌 어중간한 위치에서 도움도 받고 도움도 주고 좋았다. 무엇보다 하나 둘 얼굴 익히고 인연을 만들 수 있는 게 나에게 유의미했던 시간이었다. 

 

 

+ 주마를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는데 2주차에 주마를 배울 수 있어 감사했다. 강사 선생님들이 꿀팁을 어마무시하게 전수해주셨다. 그 꿀팁을 먹고 주마 마스터가 되고 싶었는데 그러지는 못했다. 나의 동아리로 돌아가 등산학교에서 배운 것들을 열심히 연습해 언젠가 나도 조장이 되고 강사 자리에 서 있으면 기쁘겠다. 그럼 열심히 해야지~! 화이팅~

 

 

2주간 고생해주신 회장님, 각 조의 조장, 강사님들께 너무 감사하다! 감사합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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