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3일 토요일 하중 훈련
작년 춘계합동등반 때는 첫날 준행암에만 참석하였는데 올해는 등산학교를 개최한다고 하여 전체 일정에 참여하기로 했다. 첫 일정은 금정산 종주였다. 금정산에 여러 번 왔지만 다방리에서 고당봉으로 가는 코스는 처음이다. 보통 동문이나 범어사를 통해 갔는데 이번 코스는 자주 가던 길보다 경사가 급했다. 흐린 날씨에 비까지 내려 처음 오는 학생들은 물론 경험이 많은 사람들도 힘들어했다. 나도 우중 산행은 처음이라 더 힘들게 느껴졌다. 조장으로서 조원들을 챙겨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왔는데 정작 내가 힘들어서 신경 쓸 틈이 없었다. 그래도 같은 조였던 해양대 부장님이 조원들을 챙겨 주어서 감사했다. 우중 장거리 산행은 체력적으로 쉽지 않았고 날씨도 흐려서 풍경도 잘 보이지 않았지만, 고당봉에 도착하고 나니 뿌듯함이 매우 컸다. 저녁에는 북문 탐방센터에서 식사를 하였다. 우리 조는 준비가 약간 부실했지만 눈치를 보며 다른 조들 음식을 얻어 먹었다. 불판에 미나리, 라면, 고기 등 넉넉히 가져온 조를 보면서 부럽기도 하고 불판을 가지고 산행한 의지가 대단하다고 느꼈다. 텐트에서 자는 걸 선호하진 않아서 비박이 있는 활동엔 잘 참여하지 않는데 이번에는 아늑한 건물에서 잘 수 있어서 좋았다.
-5월 4일 일요일 준행암
다음 날에는 발열팩으로 아침을 간단히 먹고 금정산 준행암으로 출발했다. 가방이 한결 가벼워진 만큼 발걸음도 가벼웠다. 준행암에서 본격적인 암벽 등반 훈련이 이루어졌다. 준행암은 부산대에서 첫 활동으로 항상 가는 곳이다. 신입부원들은 슬랩을 어려워하는데 이번에도 슬랩 시작을 어려워하는 교육생들이 많았다. 그래도 발 받쳐주고 시작부분만 지나니 다들 쑥쑥 잘 올라갔다. 인원이 많아서 반은 등반하고 반은 하태웅 회장님과 ‘자일의 정’이라는 노래를 배웠다. 대부분 처음 불러봐서 어색하고 부끄러워했는데 시간이 조금 지나니 열정적인 교육생들이 떼창을 하고 있어서 웃음이 나왔다. 강사님들이 잘 가르쳐 주셔서 무사히 첫 주 활동을 끝마쳤다.
-5월 9일 토요일 무명릿지 나비릿지
2주차 활동은 교육생이 많아 무명릿지와 나비릿지로 나누어 조별 등반이 진행되었다. 상마마을 주차장에서 어프로치를 시작했는데 처음 가보는 길이었다. 시간이 적게 걸린 만큼 경사가 있어서 조금 힘들었다. 오랜만에 찾은 무명은 전날 비로 인해 조금 젖어 있었다. 예전에도 비온 후 간 적이 있었는데 1피치 상부가 미끄러워서 까다로웠었다. 이번에는 시간 단축을 위해 인공 등반을 했다. 처음 오는 교육생들이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인공을 친 게 아쉬웠다. 꼭 다시 등반하러 오길 바란다. 나도 등반을 몇 번 다녔는데 아직 모르는 것 투성이라 배운 것이 많았다. 하강 줄 설치하는 법, 상단빌레이 보는 법 등 예전에 배웠던 것도 다시 보니 새로웠다. 우리조는 선두였고 성호가 빨리 치고나가서 금방 등반이 끝났다. 릿지 특성 상 사람이 많으면 시간이 배로 걸리기에 뒷조는 할 수 없이 회장님과 우회로를 통해 왔다. 예상외로 나비릿지팀이 늦어져서 억새밭에서 대기하였다. 다행히 일몰 전에 하산을 하여 등반을 마무리 하였다. 다음번에는 좀 더 꼼꼼한 시간 계산이 필요할 것 같다.
-5월 10일 일요일 동의대 훈련
등산학교 마지막날이다. 대통령기 참가자들은 주마링 훈련, 나머지 교육생들은 등반 관련 교육을 받았다. 주마링 훈련은 대통령기 등산대회를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작년에 나간 대통령기에서 주마스텝 조절을 잘못해서 턱을 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이번에는 턱을 잘 넘는 것을 훈련의 목표로 삼았다. 하지만 막상해보니 여전히 턱을 넘는 것이 어려웠다. 박준형 강사님이 알려주신 방법은 팔힘과 코어근육이 부족한 내가 따라하기 힘들었다. 그래도 스텝을 최대한 줄인 상태에서 자일을 잡고 올라가는 게 제일 빨랐던 것 같다. 훈련이 다 끝나고 수료식과 피자, 치킨 파티가 있었다. 어쩌다보니 내가 사회를 보게 되었는데 조금 긴장해서 실수가 있었다. 4번의 활동에 모두 참여한 사람에겐 개근상 시상이 있었는데 나도 받았다. 활동은 힘들었으나 뿌듯했다. 이후 먹은 치킨과 피자는 정말 맛있었다.
-소감
짧지만 알찬 일정 속에서 배우고 느낀 것이 많았다. 학교 선배들이 잘 알려주시지만 그래도 허술한 점, 애매모호한 점이 있기 마련이다. 내가 부족한 점을 되짚어보고 보완할 수 있는 기회였다. 선배로서 신입 교육생들을 잘 챙겨주고 싶었는데 아직 실력이 부족해서 챙겨주지 못해 미안했다. 다음엔 더 성장해서 활동에 참여하고 싶다. 끝으로 등산학교를 준비하는 회장님을 보면서 많은 선배님들이 우리를 위해서 물심양면 지원하는 것을 느꼈다. 시간내서 가르쳐주신 강사님들, 재정적으로 지원해주신 선배님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