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도산소식

보고싶습니다 선배님

쥬리 0 15,648 2018.08.27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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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부산 학생산악연맹 선후배님들, 오랜만에 인사드리네요.

나는 부산대학교 81학번 이문기입니다.

 

편집진으로부터 어떻게 지내는지 근황 좀 알려달라는 부탁을 받고 한참 활동하던 때를 되짚어 보니 삼십년 전 연맹합동 산행 때 등반대장으로 설악산 빙벽훈련을 들어갔던 때가 생각나는군요.. 참 세월이 많이도 흘렀구나 싶었습니다. 그 때 같이 자일을 매던 후배들도 벌써 흰머리가 희끗희끗 하겠고...

 

대학을 졸업하던 80년대 후반은 민주화운동 열기가 한참일 때였지요. 당시 부산대에서 있었던 노무현 변호사 시국 강연 때 사수조로 참여했다가 진압조가 휘두른 각목에 쇄골 뼈를 다쳐 한동안 고생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시대적 양심을 외면하지 않겠노라고 민주화운동 뒷줄에서 어설프게 서성대면서 산과는 점점 멀어지게 되었고 아내(부산대 산악부 86학번)와 결혼하면서 생업으로 입시학원에서 수학을 가르치게 되었습니다. 중간에 컴퓨터 사업을 하겠다고 덤볐다가 호되게 고생하고는 다시 입시학원으로 리턴 했더랬습니다.

그렇게 10여년을 근무하다가 금정구 남산동에서 단과 입시학원을 직접 운영하게 되었는데 수강생이 천여 명에 이를 만큼 제법 호황을 누렸습니다. 그렇지만 MB정권 들어서고 학원말살정책이 본격화 되면서 고등부 수업을 주말반으로 편성해야 되는 상황까지 이르게 되어 흰머리 휘날려가면서까지 주말반 수업을 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에 7년 만에 학원을 접었습니다. 저녁에 시작해서 새벽에 일이 끝나는 학원가에 오래 있다 보니 일반 직장인과 생활 사이클이 달라 산악계 선후배와 교류가 점점 멀어지게 되더라는 핑계 아닌 핑계를 대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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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 운영을 그만두기로 마음을 정했을 때부터 캠핑장 부지를 찾아다녔습니다. 부산 근교와 양산, 가까운 밀양, 경주 근처까지 헤집고 다녔지만 적당한 장소를 찾기가 어렵더군요. 그래서 캠핑장으로 활용할 수 있는 폐교를 물색했는데 부산 근교와 경남에서는 임대할 수 있는 곳이 없었고 결국 고향인 경남 합천 근처 경북 고령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폐교에서 캠핑장을 겸한 체험장을 3년 동안 운영하다가 고령군의 제안으로 2014년부터 대가야농촌체험특구에 위치한 대가야승마캠핑장과 체험장을 위탁운영하게 되었습니다. 지자체에서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조성한 문화관광 SOC 시설이지만 활용도가 낮아 제 기능을 못하자 민간 전문가가 맡아서 운영하는 것이 더 좋겠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어 제안을 한 셈입니다. 제안을 받고 사회적 기업을 설립하여 민간수탁을 시작했는데 현재 캠퍼와 체험 방문객를 포함하여 매년 5~ 6만명의 방문객을 유치하면서 성공적인 아웃소싱 사례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대가야캠프 방문객들이 대가야박물관, 왕릉전시관, 대가야테마파크, 문화누리관 등 고령군에서 조성한 문화 관광시설도 이용하고 지역내 딸기체험, 고구마체험 등 농작물 수확체험을 통해 농가 수익에도 기여하고 있으니 관광허브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하는 셈이지요. 현재 5년차 지역사회공헌형 인증사회적기업을 운영하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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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적다보니 그 동안 너무 바쁘게 살았구나 싶기도 하네요~~

앞으로 몇년만 일을 더하고 조용히 은퇴해서 여행 작가로 살아갈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인터넷 강의를 보며 피아노를 독학으로 익히고 있습니다. 젊어서 꼭 해보고 싶던 일이긴 한데 더듬더듬 하다 보니 진도가 잘 나가지 않네요. 언제 후배님들과 좋은 자리가 되면 “As Time Goes by "”Let It be" 정도 연주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말이지요.

예전에 설악산 빙벽에서 함께 부대끼던 후배님들과 연락이 닿으면 우리 캠프에서 조촐한 바비큐, 와인파티라도 벌이면 좋겠습니다. 집에서 기르는 스피아민트, 스테비아로 모히또를 만들어 마셔도 좋고...

이 글을 적다 보니 젊어서, 산이 참 아름다워 보였던, 달달했던 시절이 떠올라 좋으네요~

다들 따끈한 여름 건강하게, 산과 함께 좋은 시간 보내시기 바랍니다.

대가야캠프 홈페이지는 네이버에서 대가야캠프라고 치면 바로 검색되니 관심 있는 선후배님 놀러 오세요.

홈페이지: http://www.daegayacamp.com/ 블로그: https://kee21c.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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